“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게임 중 심시티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는 내가 도시를 만들면서 그 도시를 경영하는 그런 게임이다. 그런 나름의 전능감을 주는 행위가 코딩이었던 것 같다.”
코딩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어떻게 갖게 되었는가? (신영성, VC) 초등학교 1학년 때 집에 처음 컴퓨터가 생겼는데 너무 신기했다. 단순한 게임을 하거나, MS Dos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반응하는 것들이 너무 재밌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 처음으로 컴퓨터 학원에 가게 되었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라는 조언에 코딩이라는 것을 접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내가 입력한 것에 반응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을 해보면 어릴 때 제일 좋아했던 게임 중 심시티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이는 내가 도시를 만들면서 그 도시를 경영하는 그런 게임이다. 그런 나름의 전능감을 주는 행위가 코딩이었던 것 같다. 심시티를 할 때 내가 만든 도시에서 시민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내가 코드를 짜면 그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또 프로그램을 쓰는 유저들이 피드백을 주고 그런 과정들이 즐거웠다.
개발자에서경영학도로 꿈이 변한 계기는 무엇인가? (신영성, VC) 어릴 때는 코딩을 너무 좋아해서 학교에 다니는 둥 마는 둥 밤을 새워서 코드를 짰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 특히 고3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게 되면서 생각의 변화를 하게 됐던 거 같다. 어릴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코딩 공부를 같이하던 형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 이미 현업에 있던 형들이 (그때는 지금처럼 프로그래머가 각광받는 시기가 아니었다) ‘너는 이제 프로그램을 많이 짜 봐서 잘 아는데 대학교에 와야 딱히 새로 배울 것은 적고 이걸로 취업을 해봐야 힘든 업종이다. 이미 너는 할 만큼 많이 해봤는데 이걸 대학교 와서 더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스스로 생각할 때도 너무 여기에만 몰입을 했었어서 학창 시절이 거의 이거 하나로 정리가 돼버리니 나 스스로 역시 좀 넓은 세상, 넓은 시야를 가져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래서 진로를 이런 컴퓨터 관련 쪽이 아니라 아예 다른 쪽으로 생각하게 됐고 경영 쪽을 가게 됐다.
VC / 투자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신영성, VC) 사실 투자 쪽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경영대에 갔지만 경영대를 가서도 프로그래밍을 계속했었다. 수강 신청을 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등 일을 해서, 동기 학생들한테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프로그램 관련된 일들을 사이드로 하다 첫 번째 프로페셔널 커리어로 컨설팅 회사에 가게 됐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개발 관련한 쪽에 접점이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 관련한, 또는 직접 개발하는 게 아니더라도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는 쪽을 해 보려고 많이 타진 했었고 잘 안된 케이스가 한 두세 번 있기도 했다. 계속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컨설팅 선배 중에 VC가 먼저 된 선배가 ‘세상에 VC라는 일이 있는데 너같이 개발도 해봤고 컨설팅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도 갖진 있는 사람이 하면 괜찮을 것 같다.’ 제안을 해줬다. 그때 이제 처음 VC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굉장히 우연한 계기에 운이 좋게 일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로스팅 업계의 테슬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빠져들어서 투자하게 됐다.”
프로페셔널 투자가가 된 후 처음으로 투자한 종목은 어디였는가? (신영성, VC) 제일 처음 한 투자는 커피 로스팅 머신을 만드는 기업 대상이다. 커피 로스팅 머신이 사실은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기계이다. 커피콩, 즉 생두를 볶으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원두가 되고 이 볶는 역할을 해주는 게 로스팅 머신이다. 역사가 200년 된 기계인데 여전히 200년 전의 기술로 그대로 사람들이 로스팅하고 있다. 가스 불을 때서 10분에서 15분 사이 불을 굉장히 세밀하게 조절해야 좋은 퀄리티의 원두가 볶아지게 되고 그걸 하는 사람을 로스터라고 한다. 로스터의 이런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해서 초심자들은 커피콩을 맛있게 볶기가 굉장히 어렵다. 첫 투자를 했던 회사는 전기를 열원으로 써서 머신을 자동화할 수 있게 만들었고 심지어는 챔피언 로스터가 볶은 프로파일을 적용,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대로 볶을 수 있도록 자동화를 구현한, 거의 전 세계 최초의 업체였다. 이건 마치 로스팅 업계의 테슬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빠져들어서 투자하게 됐다.
투자를 선호하는 인더스트리가 있는가? (신영성, VC) 투자 회사를 바라보는 기간이 대략 한 아주 짧아야 3년 길게는 7년 8년까지도 바라보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3-5년 사이에 세상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을 만큼의 힘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 초기에서 투자를 집중했던 곳은 AI 관련된 기술업체들이었고 그다음에는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가상현실 관련한 기술업체에 집중했다. 그다음에는 핀테크 쪽에 집중했었고 최근에는 디지털 콘텐츠라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업체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파운더의 개인 성향과 역량이 투자를 결정짓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신영성, VC) 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벤처 캐피탈이 투자를 하는 대상 기업은 대체로는 초기 단계의 기업이고 초기 단계에 많은 것들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엔 대표이자 창업가의 역량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업가의 역량에 대해서 굉장히 여러 갈래로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또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의 신뢰라는 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신뢰 관계가 잘 쌓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된다.
반대로 파운더의 평가는 좋지 않았는데 회사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는가? (신영성, VC) 사실 많다. 너무나 가변적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사업이라는 것은 외부 환경, 타이밍, 또 그 밖의 여러 가지가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역량에 미흡한 곳이 어떤 외부 요인에 의해서 잘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또 파운더의 역량이 있는 곳이 잘되는 곳 쪽으로 수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콜렉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신영성, VC) 어떤 것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거를 소유해 보는 게 많은 경험을 주는 것 같다. 콜렉팅을 한다는 관점보다는 조금 더 경험해 보고 싶은데 그 경험에 깊이를 깊게 하기 위해서 단순히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는 실제 소유하고 매일매일 느껴보면 조금 더 잘 알 수 있겠다는 그런 관점이었던 거 같다. 차도 이게 너무 종류가 다양하고 또 각각의 시대마다 또는 그 모델의 특색마다 다른 매력들이 있기 때문에 그거를 조금 더 깊게 하나하나 알아보고 싶어서 이런 차량과 저런 차량들을 하나하나씩 경험하고 그중에서 진짜 맘에 드는 것은 소유도 해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림 역시 갤러리에서 그냥 바라만 보는 것보다는 내가 직접 사서, 사실 사기까지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이걸 내가 살까 말까 고민을 백번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고민을 거치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고, 실제 집에 걸고 아침에 눈 떠서 또는 자기 전에 그림을 봤을 때 주는 기쁨은 완전히 또 다른 종류의 것이다. 그래서 콜렉터라고 보기보다는 그런 경험을 깊게 하는 차원에서의 소유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
“갖고 있는 가치는 있는데 그걸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할 때 ‘저평가’라는 게 생겨나는 것인데 996 제네레이션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포르쉐 모델 중 비교적 덜 선호되는 모델 986, 996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신영성, VC) 986, 996은 포르쉐 애호가들에게는 굉장히 비난받는 또는 가장 사랑받지 못한 그런 불운의 제네레이션이지만 반대로 포르쉐라는 90년대 말에 거의 망할 직전의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그런 모델이기도 하고, 기존의 포르쉐랑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유니크하고 굉장히 매력이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가장 베이직한 모델 2.5리터의 986 수동 박스터와 996 제네레이션의 가장 마지막의 가장 하이엔드의 모델인 996 터보 s 두 대를 갖고 약간의 ‘이 제네레이션의 포르쉐를 뭔가 나는 대변해 주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차량 두 대를 소유했다. 투자하는 쪽에서 항상 제일 좋아하는 말이 ‘저평가’라는 말이다. 갖고 있는 가치는 있는데 그걸 남들이 알아봐 주지 못할 때 ‘저평가’라는 게 생겨나는 것인데 996 제네레이션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미술품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게 투자하는 것과 어떤 면 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아트 콜렉팅도 시작한 것인가? (신영성, VC) 그렇다. 미술품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서울에서 일종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을 하는데 그 공간에서 신진작가들을 초대해서 신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그 작가들이랑 소통할 수 있게끔 정기 행사처럼 자리를 만들었었다. 그 행사를 통해서 우리나라 젊은 작가분들을 많이 알게 됐고, 또 그분들의 작품에 대해서, 작가를 알게 되니까 작품에 관심이 생기고 그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그 콜렉팅도 해보고 이러면서 처음으로 미술품 경험을 하게 됐다. 미술품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게 투자하는 것과 어떤 면 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이 많이 들었다. 투자에서는 창업가를 보고 창업가의 비전이나 야망이나 역량들을 보고 투자하면서 같이 성장을 해 나가는데, 신진작가들을 보면 자라는 환경이 유사하다. 지금의 어떤 작품 보다도 미래의 가능성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작가의 집념, 열정, 야망의 크기 그런 것들을 보면서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느낌도 있어서 미술품 자체도 굉장히 매력이 있지만 그 미술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알게 되면훨씬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면이 있었던 거 같다.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될 때 그것을 향유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영향이 커 보인다. (신영성, VC) 무엇을 경험하는데 커뮤니티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경험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다른 큰 부분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자동차를 만나게 될 때도 단순히 차를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차를 갖고 있는 차주를 만나게 되고 그 차주가 이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는 차주의 성향은 어떤지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차량의 상태에 다 녹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품 같은 경우도 전에 누가 소장했는지, 이 갤러리가 어떤 분에 의해서 운영이 되는지 이런 것들이 다 특정 작품에 다 반영이 되는 거라서 커뮤니티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커뮤니티가 없으면 그런 부분들을 경험하기도 어렵고 신뢰를 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모든 소비는 투자와 연관된다고 생각하는가? (신영성, VC)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만 소비할 때 이왕이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헤리티지가 있고, 믿음이 있는 물건을 사면 그거는 소비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투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관찰될 때가 많다. 이러한 특정한 물품들에 대해서는 좋은 물건을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