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컬렉터들이 어떤 것을 컬렉하는지, 개인적으로 시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시계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유민훈, 독립 시계 제작자) 미대에서 금속 공예를 전공했다. 가구 같은 것을 만들어 전시하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자기표현을 하는 직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가구를 만들다가 현광훈 선생님을 만나 기계로 금속을 깎고 작업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다 시계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스위스에 있는 독립 제작자들이 페어를 준비하는 영상이었다. 그걸 보면서 ‘아 저런 세계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졸업을 앞두고 뭘 할까 생각하다 가구 쪽은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서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이유가 있어서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시계 쪽을 보게 되었다. 시계도 자기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구나 생각하게 돼서 그때부터 수렁에 빠지게 됐다. 시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 컬렉터들이 어떤 것을 컬렉하는지, 개인적으로 시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계 제작이라는 분야가 한국에서는 아직도 아주 작은 분야인데, 어떻게 배우기 시작했는가? (유민훈)현광훈 선생님께 많이 배웠다. 선생님께서 시계 쪽도 만드시고 카메라 쪽도 만드시고 기계도 많이 아시니 기계를 어떤 거를 사야 하는지, 그렇게 계속 물어보며 시작했다. 혹은 다른 시계 만드는 분들에게 배우기도 했고 책을 보며 독학을 하기도 했다.
“자기표현의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념의 구조가 먼저 머릿속에서 형성되면 그걸 시각적으로 시계라는 형태에 맞춰서 표현한다.”
디자인 영감을 받는 부분은 어디인지? (유민훈)자기표현의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념의 구조가 먼저 머릿속에서 형성되면 그걸 시각적으로 시계라는 형태에 맞춰서 표현한다. 그래서 다른 시계들에서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전기나 철학 서적들을 보면서 영감을 더 많이 받는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를 시각화 하는 단계에서 기술적인 한계가 생기면 그때 비슷한 다른 시계들은 어떻게 해결을 했는지를 보며 풀어나간다.
“백남준 아티스트가 생애 썼던 글들을 다 모은 책인데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라는 구절이 있다. 추상화 같은 개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그 당시에는 읽었을 때 어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시계는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된것인가? (유민훈) 백남준 아티스트의 책을 읽다 시작하게 됐다. 백남준 아티스트가 생애 썼던 글들을 다 모은 책인데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라는 구절이 있다. 추상화 같은 개념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그 당시에는 읽었을 때 어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뭔가를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하면, 이제는 이 개념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예전에 TV 시절 TV를 보면 노이즈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런 이미지를 머릿속에 가지고 시각화를 하려고 했다. 보통은 그게 정보가 없는 화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정보가 많은 화면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을 시계로 옮겨갔고, 다이얼에 보통 기하학적인 패턴을 넣는데, 그게 아니고 오히려 추상적인 패턴을 집어넣는 것이 더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시계에 사용되는 구성들은 어디에서 구하는가? (유민훈) 케이스는 독일에서 수입하고 무브먼트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구매 후 교체할 부분을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의 부품들은 다 직접 만들고 있다 스트랩은 구매고객 중 한분이 스트랩을 만드셔서 그분의 스트랩을 사용하고 있다.
현광훈 시계 제작자와 인터뷰 시 유럽에서도 이제는 역으로 한국으로 시계 제작을 배우러 오는 케이스가 있다고 들었다, 시계 제작에 있어 한국은 현재 어떤 시장이라고 생각하는가? (유민훈) 현광훈 선생님 같은 경우 다양한 기계를 가지고 계시고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시기에, ‘한국’이라 특별히 온다기보다 현광훈 선생님의 공방이 특별해 보고 오는 것 같다. 한국 시장에 관해서 얘기를 하자면 한국은 큰 브랜드가 아직 없다. 시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확실히 요즘에는 많이 는 것 같기는 하다. 시계를 만드는 개개인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개개인들이 점점 많아져 10년 20년 후에는 한국에서 만든 시계의 인지도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민훈 유’의 시계를 찾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게 되며 어떠한 콜렉터들인가? (유민훈)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는 경우가 많다. 호딩키나 워치파인더 같은 미디어에 노출될 때에도 구매가 이어진다.
André 3000 이 얼마전에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그는 어떠한 계기로 방문한것인가? (유민훈) 일본 여행 중 호텔에서 CNN 스토리에 소개된 것을 보고알게 되서 스튜디오에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고 온 사례다. 방문했던 주가 마침 안드레 3000의 생일이어서 단소를 선물로 줬다. 스튜디오 방문 후 같이 식사까지 하고 헤어졌다. 나는 냉면, 안드레 3000은 갈비탕을 먹었다.
제작 과정과 걸리는 시간이 궁금하다. (유민훈) 프로타입 같은 경우 6개월 정도 걸렸다. 지금은 줄이고 줄여 2달 정도 걸리는데 이제 1개월로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예전에는 주문 들어올 때마다 하나하나 만들었는데 이제는 주문이 좀 들어 와서 하나를 만들 때 20개, 30개씩 부품을 미리 만들어 시간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어떠한 브랜드가 되기를 희망하는가? (유민훈) 회사라기보다는 아티스트 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받거나 해서 회사로 키울려면 당장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올 텐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돈보다는 이것을 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 생각에 더 집중하면서 당분간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민훈 유’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유민훈) 주문 들어온 시계 납품 일정을 맞추는 것,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