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져 있지 않은 것, 기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기계식의 매력은 톱니바퀴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물리적이기 때문에 따라가다 보면 결과가 보인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설계하는 재미, 그걸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시계 제작을 하기 전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금속 조형 디자인과를 나왔고 원래는 금속 공예작가이다. 원래는 카메라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시계에 처음 어떻게 흥미를 갖게 되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당시 만들던 카메라가 핀홀 카메라라고 해서 찰칵 찍히는 카메라가 아닌 렌즈가 없는 카메라였다. 셔터를 열었다가 5분 정도 후에 닫아서 찍는 그런 카메라인데, 삼각대에 놓고 시간을 보고 와서 닫아줘야 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쉽게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시간을 먼저 지정하고 자동으로 셔터가 닫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자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계식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고민하던 중 예전에 봤던 스위스 시계 장인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났다.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다 보니 기계식 시계 메커니즘을 잘 이용을 하면 내가 생각했던 카메라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시계를 공부하기 시작해다. 시계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카메라를 완성하게 될 때쯤 시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만들게 된 경우이다.
과거에는 스위스, 일본 뒤를 이을 만큼 시계 생산량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코리아 메이드 시계가 굉장히 생소하다, 한국산 시계 시장이 커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사실 이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시계는 필수품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역사를 구매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그 역사를 쌓아오지 않았고 기회를 놓쳤기에 이제 와서 옛날 브랜드를 다시 살린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위스 시계처럼 ‘200년을 이어온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그럼 점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또한 한국은 엄밀하게 말하면 시계 강국이었다기 보다는, 시계 제조에 관련된 케이스 제작이라든지, 부품을 제작하는 공장이 한국에 많았던 것으로 스위스나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는 공장이 한국에 많았던것인데 그것들이 중국으로 넘어간 사례다. 이제 와서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계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들었다,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아무래도 전공이 금속 공예이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 시계를 이루는 모든 부품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부품들을 만들 수 있는 정밀한 도구나 기계가 필요한데 그 도구를 구입하는 것 부터가 난관이었다.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서 어떤 부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처음엔 알 수 없었고 100년 150년 넘은 기계와 도구들을 이베이나 이런 곳에서 구매했다. 오래된 기계이기 때문에 보통은 고장 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들을 수리하고 고쳐서 쓸 수 있게끔 개조해서 부품을 만들고, 부품들을 조합하면서 시계를 만든 사례다.
시계 하나를 완성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은 어디인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특별하게 어느 한 부분이 오래 걸린다 하는 부분은 없다. 하나하나 부품을 만들 때 신중해야 하고 다 만들었는데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야 하는 상황들 때문에 대략적인 기간을 3개월 6개월 잡는 것이다.
“시계를 만들긴 하지만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다.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고 연구하는 시간이 재밌었다.”
다른 광물 금이나 플래티넘과 같은 소재를 이용하기도 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시계를 만들긴 하지만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어떤 소비자를 대상으로 니즈를 파악해 거기에 맞춰서 시계를 만든 것이 아닌 개인적인 만족으로 시계를 만들고 싶었다.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고 연구하는 시간이 재밌었다. 시계의 메커니즘이 궁금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라 굳이 금이라든지 플래티넘이라던지 하는 소재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유럽에서 역으로 시계를 배우러 오는 경우가 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유럽의 시계 학교를 졸업하면 시계 회사로 인턴십을 가는 보통의 케이스이다. 시계 회사로 인턴십을 가면 시계 제작에 대하여 배우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시계 학교에서도 시계 제작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기에, 시계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에도 독립 시계 제작자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이곳으로 인턴십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시계 학교에서는 보통 시계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적합한 인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스위스와 일본 시계를 비교했을 때의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일본은 스위스보다 시계 역사가 짧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가 쉬웠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본이 쿼츠 시계를 먼저 선보일 수 있었던 것 역시, 사실 연구는 스위스에서 제일 먼저 했지만 쿼츠라는것을 쓰는것은 말이 안된다는 반대에 아무도 채택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그걸 일본이 가져가서 쿼츠시계를 내놓게 된 것인데. 스위스 같은 경우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무언가 하나를 바꾸는 것도 쉽지가 않다. 반면 일본은 신기술에 대하여 더 도전적이고 빨리 적용하는 것 같다.
시계를 판매하기도 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주문을받아 판매를 하긴 하는데, 지인들 정도에만 받고 있다. 시계를 판매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계획은 없다.
오토마타는 어떤 매력이 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시계가 규칙적인 움직임을 정밀하게 구현해 내는 것 이라면 오토마타는 예상되지 않는,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구현했지’라는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섬세한 작업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현광훈, Watchmaker & 금속공예아티스트) 감춰져 있지 않은 것, 기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전자식 같은 경우, 전자회로에 어떤 인풋이 들어가고 어떤 아웃풋이 나오는지 사실 알 수가 없다. 기계식의 매력은 톱니바퀴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물리적이기 때문에 따라가다 보면 결과가 보인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설계하는 재미, 그걸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시계타운이라고도 불리는 제네바를 직접 방문 하였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막상 가니 내가 시계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시계 매커니즘이나, 100년 200년 전에 인류가 이런 걸 만들 수 있었다 라는 그런 경외감, 정밀함, 도전 정신에 대한 철학적인 관점을 좋아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워치메이커들과도 교류를 하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그렇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기도 하는데 특히나 시계 무브먼트가 들어간 카메라를 만든 사람으로 알아봐 주는 경우가 많다. 예거 르쿨르트가 카메라를 제작한 사례는 있지만, 시계 무부먼트로 카메라를 만든 것은 최초이다.
카메라 이외에 접목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현광훈, Watchmaker & 금속 공예 아티스트) 시계라는 것 자체를 접목시키는것 보다는, 기본적으로 기계 장치들에 관심이 많다. 그것의 가장 정교하고 가장 작은 정점이 시계였던 거고 그 정점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시계, 카메라, 오토마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다음 작업은 천체망원경을 제작해 보려고 하고 있다.